유민펠로우 이야기
2020 국제기구 인턴 결과보고서 (한동대학교 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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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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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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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홍진기법률연구재단 국제법률기구 인턴파견사업 결과보고서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 김한결 I. 들어가는 말 2020년 상반기 홍진기법률연구재단 국제법률기구 인턴파견사업에 선정되어 2020년 5월 4일부터 2020년 11월 4일까지 6개월동안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이하 ICC)의 피해자 참여 및 보상부(Victims Participation and Reparations Section, 이하 VPRS)에서 인턴십을 했습니다. 대학교 학부에 이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미국법과 국제법을 수학하며 자연스레 국제법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습니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긴밀해지는 국제 관계 속에서 국제법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력에 주목을 하게 되었고 법적 주체, 적용 범위, 관할권 등 많은 부분에서 국내법과 국제법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특히나 캄보디아의 유엔특별재판부(Extraordinary Chambers in the Courts of Cambodia, 이하 ECCC)에서의 인턴십 경험으로 국제법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져 ICC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게됐습니다. II. 인턴십 준비 1) 업무 관련 준비 인턴십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ICC에 관한 서적 및 여러 논평, 논문, 기사들을 읽으며 ICC의 구조와 각 부서들의 업무, ICC가 당면한 과제들과 한계에 대해서 공부를 한 것이 인턴십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ECCC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쌓은 실무 경험들과 국제형사법 지식 또한 ICC에서의 업무를 훨씬 수월하게 해주었습니다. 보통 인턴십이 시작되면 초반에는 인턴들이 상사와 개인 미팅을 여러 차례 가지면서 사건들의 진행상황과 주요 업무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가지는데, 저는 사전에 준비를 해갔기 때문에 빨리 그 내용들을 파악하고 곧장 업무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2) 비자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들은 3개월 이하의 기간동안 무비자로 네덜란드를 포함한 쉥겐협약 국가들에 체류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인턴십이 6개월이었기 때문에 비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ICC에서 네덜란드 당국과 인턴의 네덜란드에서의 체류기간에 인턴십 기간은 포함시키지 않는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저도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인턴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턴십이 시작되면 ICC에서 네덜란드 외교부에 인턴을 등록시켜주고, 한달 이내에 인턴은 인턴십기간동안 비자와 관계없이 네덜란드에서의 체류를 보장해주는 MFA (Ministry of Foreign Affairs) Dutch Identity Card를 발급받습니다. MFA ID카드는 인턴십 종료와 동시에 ICC에 반납해야 합니다. 3) 숙소 ICC의 인턴들은 무급 인턴이며 숙식 모두 사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인턴십 합격을 알리는 동시에 ICC에서 인턴과 Visiting Professional을 위한 숙소 목록을 보내줍니다. 반드시 이 리스트를 통해 거처를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헤이그에 주거 임대 관련 사기가 많다고 들어서 저는 안전하게 ICC에서 보내준 리스트에 있는 집주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임대계약을 했습니다. III. 인턴 활동 내용 1) ICC와 VPRS ICC는 집단살해죄(genocide), 반인도적범죄(crime against humanity), 전쟁범죄(war crime),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 등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상설 국제형사재판소입니다. 크게 소장단(Presidency), 재판부(Judicial Division), 소추부(Office of the Prosecution), 사무국(Registry) 네 개의 조직으로 나누어집니다. 이중 소추부나 피고인측과 달리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피해자 관련 부서들은 사무국에 속하게 됩니다. ICC설립의 기저가 된 로마 규정(Rome Statute)이 가진 의의 중 주목받는 것은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를 능동적인 절차 참여의 주체로 인식하여 피해자의 재판절차 참여권과 피해배상 신청권을 인정하였다는 점입니다. 구 유고전범재판소나 르완다전범재판소와 같은 이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피해자가 독자적인 지위나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채 형사절차에서 배제됐던 것과 달리, ICC 재판에서 피해자는 단순한 참고인이나 증인의 지위를 넘어서 변호인을 통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관심사항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금전배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권리 등 소송주체와 유사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게 됩니다. 제가 인턴십을 했던 VPRS는 피해자들에게 재판 참여와 배상과 관련된 자신들의 권리를 알려주고 재판 절차 참여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 범죄와 피해 사실을 특정하는 피해자 신청서를 수집하여 이를 재판부에 전달하고, 피해자 변호인들과 현지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 단체에게 사건의 진행 상황을 공지하고 피해자 신청 관련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것을 주업무로 합니다. 2) 업무 및 업무환경 ICC의 본부인 헤이그 ICC건물에는 각 부서 당 인턴들을 위한 독립된 오피스가 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최소의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아쉽게도 제가 ICC내부에서 일을 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저 또한 저희 부서의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제가 묵는 숙소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봤습니다. ICC의 규정상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업무가 네덜란드 당국 내에서 처리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재택근무긴 해도 네덜란드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 VPRS에서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건별로 담당자가 있었는데 저의 직속 상사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건들을 담당하는 분이어서 저는 미얀마,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수단에서 일어난 전쟁 범죄, 반인류 범죄, 대학살 관련 일을 했습니다. 판결문 요약, 각종 이메일 답신 작성, 리서치, 피해자 신청서 검토, 변호인 및 시민단체 트레이닝 준비 등이 저의 주요 업무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ICC의 각 조직에서 해당 조직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인턴들과 Visiting Professional들에게 온라인 세미나를 제공하는데 재판관, 검사,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뿐만 아니라 수사관, 정보관과 같이 각 분야의 유수한 전문가들로부터ICC와 국제형사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택근무 특성상 대면으로 교류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미팅이 잦았습니다. 매주 다양한 미팅에 참여했는데 VPRS 전체 회의, 제가 속했던 Legal Unit 회의, 맡고 있는 사건 담당자들끼리의 회의 등 여러 회의에 참석해서 제가 수행한 업무 및 사건의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건의 사항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팅을 참여할 때마다 느꼈던 점은 직원들 모두가 전문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탁월하며 다인종다국가 환경에 걸맞는 개방성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모든 직원이 인턴들에게도 업무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턴들의 의견 제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등 인턴을 팀의 구성원이자 동료로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놀라웠던 점은 모든 상사들이 인턴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철저히 해주며 직속 상사뿐만 아니라 그 상급 상사도 인턴의 사소한 업무까지도 보고 받는다는 점입니다. 인턴을 담당하는 직속 상사는 작은 업무라도 인턴에게 배당하기 전에 반드시 상급 상사들과 의논을 하거나 보고를 합니다. 또한 상급 상사에게 인턴의 결과물을 제출할 때 그 인턴이 어떤 업무를 해낸 건지 반드시 언급을 해서 인턴도 그 업무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추후 인턴들로 하여금 본인이 하는 업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도록 그 업무와 관련된 후속 이메일 교신에 해당 인턴의 이메일도 반드시 참조를 걸어줍니다. 이렇게 제가 하는 모든 업무에 대해 인정을 받으니 제가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알게 돼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고, 일을 하는 데에 동기부여도 되었습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턴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직급이 아닌 이름으로 호칭하고, 나이와 직위에 상관없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지 않습니다. 보통 인턴들은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은 편이지만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존중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IV. 맺음말 두차례 국제법률기구에서 인턴십을 하며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유능함이 전세계의 전문가들과 견주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탁월한 능력에 비해 그들이 진출한 무대는 아직까지는 넓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일했던 ICC만 해도 천여명이 넘는 직원들 중 한국인은 극소수입니다. 이에 국내 법조인들의 견문을 넓혀 국제적인 법률가를 양성하려는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사명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률가로서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얼어붙은 시기임에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값진 6개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선물해준 홍진기법률연구재단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홍진기법률연구재단 사업의 의의에 걸맞는 창조적이고 국제적인 법률가로 성장하여 선진법치국가를 이루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