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펠로우 이야기
2021 제네바 아카데미 결과보고서(충북대학교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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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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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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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eva Academy: Accountability for Atrocity Crimes -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지향
Ⅰ. 들어가며 - 참여 동기 및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강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UN COI)가 발족되어 최초로 북한인권을 의제로 한 보고서가 발간된 후였던 2014-2016년, 정부해외인턴십 사업을 통해 워싱턴DC에서 인턴십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한 컨퍼런스에서 마이클 커비 전 UN COI 위원장님이 “이 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이상 국제사회는 더 이상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모른다고 할 수 없다. 먼 훗날 그 때 무엇을 했느냐는 역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떠한 기본권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정치범수용소와 국경 등지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법조인은 이러한 반인도 범죄를 조사·기록하며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 새로운 가능성을 느꼈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법전원생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닌 국제인권법이나 국제형사법을 로스쿨에서 배울 수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이 점에 늘 갈증을 느꼈는데, 마침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유민펠로우 사업을 통해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네바 아카데미는 국제분쟁해결과 전환기 정의 법학석사(LLM) 과정을 세분화해 운영할 정도로 국제인도법 분야에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저는 평소 관심 있었던 국제형사재판소의 ‘보편적 관할권’에 대해 배우고자 Ⅱ. 제네바 국제법 아카데미에서 배운 내용 제가 수강한 같이 수업을 들은 약 20여명의 학생들은 페루, 이탈리아, 인도, 캐나다,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 외교관 또는 국제기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토론하는 과정 자체로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LA 카운티에서 수십 년간 경찰로 일하며 테러리즘에 대해 연구한 분이 계셨는데 범죄 진상규명의 중요성에 대해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공유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2.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 확장의 필요성 매 수업은 UN 고문방지 협약(Convention against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s), 제노사이드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등 주요 협약을 읽고 그 중 관할권, 재판적격성 관련 조문을 자세히 살펴보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949년 제네바 협약과 제노사이드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은 범죄를 저질렀거나 이를 명령한 사람들에 대하여 국적을 불문하고 해당국가의 법원 또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 내에 있는 체약국에서 형사 소추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은 자국 내 면책특권이 국제형사재판소에서의 형사책임에 대한 종국적 면책특권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음을 규정한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반인도 범죄, 제노사이드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으로 분류되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범죄는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협하는 중대한 인권 유린행위입니다. 그러나 반인도 범죄가 특정 개인이 아닌 국가 당국에 의하여 광범위하고 조직적로 이뤄진 경우, 과연 해당 국가에서 국제 협약의 규정대로 실효성 있는 형사제재를 이행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교수님께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시면서, 앞으로 국제형사재판의 보완책으로 보편적 관할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해당 국가에서 면책가능성이 있는 책임자에 대하여는 이미 국제 협약이 명시하고 있는 ‘인도 아니면 소추(aut dedere aut judicare)’ 의무에 따른 관할권 확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관할권을 행사하는 국가와 피의자간 관련성, 즉 피의자가 법정지국 내에 소재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기에 그 소재를 불문하고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의미의 보편적 관할권은 아닙니다. 절대적 보편적 관할권의 확장은 ‘주권 평등 원칙’을 무시한다는 주장 아래 자칫 국가 간 정치적 긴장이 유발될 수 있는 민감한 주제입니다. 해당국의 형사재판권이 우선되어야 하며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은 보충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불간섭 원칙’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확장여부와 범위를 두고 견해가 분분하지만, 범죄발생지국의 형사처벌 의지가 결여되어 있거나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경우라면 보편적 관할권이 확장될 필요성이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이른바 ‘모든 인류의 적(hostis humani generis)’인 중대한 인권유린 범죄가 반복되지 않게 막는 것은 해당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사 소추와 재판의 핵심은 증거확보에 달려있기에, 앞으로 국제형사법의 과제는 ‘보편적 인권을 중심에 두고 어떻게 주권국가를 존중하며 체계적인 조사와 소추를 할 수 있게 만들 것인지’가 될 것입니다.
Ⅲ. 국제법 아카데미 온라인 수강 Tip - 헤이그 아카데미와의 비교
저는 제네바 아카데미 수강 전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도 개인적으로 신청해 온라인 수강을 하였기에 두 강좌 중 선택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강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가지 관심 주제를 집중적으로 배우는지 아니면 국제공법/국제사법 전반을 개괄적으로 배우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2021년 헤이그 겨울 아카데미의 경우 국제환경법, 세계 식량위기에서 식량주권 문제, 문화유산 보호, 인터넷 규제법 등 8가지의 다양한 주제를 3주에 걸쳐 배웠습니다.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국제법 분야에 대해 눈뜰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헤이그 아카데미는 실시간 스트리밍이 끝나면 다음 수업시간까지 녹화본 링크를 열어둬, 편의에 따라 언제든 다시 강의를 재생해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2021년 강좌의 경우 헤이그 아카데미에서 최초로 시행한 온라인 강의였던 만큼, 참가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구와 같이 수업을 듣는지 알 수 없으며, 교수님과 실시간 쌍방 소통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헤이그 아카데미는 수강 기간 동안 평화궁 도서관(Peace Palace Library) 회원권이 주어져 국제법과 관련된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는데, 혹시 연구 활동을 염두에 두신다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제네바 아카데미의 경우 실제 대학원 수업과 마찬가지로 예정된 시간에 zoom으로 실시간 수업이 이뤄지기에 국내와 스위스 시차를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저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1-3시에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또 헤이그 아카데미와 달리 유민 펠로우 각자가 관심분야에 따라 듣고 싶은 short course를 선택하여 개별 지원을 해야합니다. 지원서와 이력서, 영어능력 증빙서류 (현지 수강시 비자/체류자격 증빙서류 첨부 필요)를 온라인 접수한 뒤 이메일로 합격 통보를 받으면 수강료 지불 절차가 이어지는 식입니다. 때문에 인원 제한이 있으므로 미리 홈페이지에서 관심 강좌 개설 여부를 확인하신 뒤 지원서 제출일에 맞춰 빨리 지원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www.geneva-academy.ch/masters/executive-master/individual-courses) 또 zoom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다른 학생의 발표도 들을 수 있었고, 수업 중간 중간 교수님께서 팝업퀴즈를 통해 이해도를 계속 확인하셨기에 온라인 수강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수업을 듣는 것처럼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Ⅳ. 마치며 제네바아카데미를 수강하며 비교적 최근에 발달하기 시작한 국제형사법은 향후 법리를 연구하고 선례를 쌓아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임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UN 특별재판소 판결에 대한 이해도는 세계사적 흐름과 국제정세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공부해야 높아질 수 있겠다고 느껴 많은 동기부여와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간 로스쿨에서 국내법 공부와 변호사시험 준비에만 매진하며 다소 지쳐있었는데, 3주간의 아카데미 수강을 통해 잃어버렸던 제 안의 초심과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 개인적으로 큰 자산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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