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펠로우 이야기
2022 헤이그 아카데미 결과보고서(고려대학교 황옥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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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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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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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Hague academy summer course ? Public international law
고려대학교 대학원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헤이그 아카데미 국제공법 과정에 참가한 황옥초라고 합니다. 2020년에 제네바 아카데미 참석 예정이었으나 펜데믹 상황과 일정 상의 문제로 헤이그 아카데미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아카데미가 정식 재개되어 헤이그 아카데미 Secretary-General이신 Thouvenin 교수님을 비롯하여 아카데미측 관계자 모두가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저는 아카데미 기간 중 정규 일정과 수업의 구성 및 인상깊었던 강의의 내용, 방문한 기관에 대해 소개하고,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카데미 수업은 크게 오전과 오후 강의로 나뉩니다. 오전에는 총 3시간의 정규 강의가 있으며, General course는 매일 오전 한 시간이 배정되고, 해당 주차에 배정된 두 개의 주제강의가 한 시간씩 진행됩니다.
350명 가량이 참석하는 대형 강의이기 때문에 오전 수업은 주로 강연식으로 진행되어 따로 질문, 답변 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후 세미나 시간을 활용하여 교수님께 직접 질문을 드릴 수 있습니다. 주 1회 정도 오전 강의를 담당하시는 교수님들의 세미나가 두 시간 가량 배정되어 있고, 이 시간에는 교수님들도 단상에서 내려오셔서 학생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변해 주셨습니다. 교수님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배우는 점도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오전 강의보다 오후 세미나 시간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이외에도 오후에는 ICJ 판사, 국제형사재판소 사무처장, 상설중재재판소 사무차장, ICJ 로클럭 등이 연사로 오셔서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헤이그 평화궁이라는 장소의 특별함 덕분에 쉽게 만날 수 없는 분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 매우 뜻깊었습니다. 다만 현직에 있다 보니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원론적인 내용을 벗어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추가적으로 각종 대사관 방문 및 기관 견학은 주로 오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리 시간표를 꼼꼼히 확인해서 원하는 강의와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견학 신청자들의 만남 장소인 Black Cat
● General course
올해 국제공법과정 General course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Lori Damrosch 교수님께서 “Democratization of the International Legal System”을 주제로 강연해 주셨습니다. 국제법의 기본 이론 전반을 민주화라는 렌즈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주에는 필립 샌즈 교수님께서 식민주의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필립 샌즈 교수님은 대중에게도 유명한 학자인만큼 아이돌 같은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이번 강의는 식민주의를 주제로 차고스 군도를 둘러싼 모리셔스와 영국 간의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영국인이지만 모리셔스의 대리인으로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생생함이 전달되었고, 무엇보다도 스토리 텔링에 능하셔서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게끔 설명해 주셔서 몰입도 높은 강연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학기에 난민법을 수강했기 때문에 Zimmermann 교수님의 강의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직면한 문제에 관한 자신의 법적 견해를 명확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Zimmermann 교수님은 매시간 돌발 질문을 하시곤 했는데, 학생들의 질문과 답변을 듣고 모든 주장에는 적절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함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또한 세미나 시간을 통해 난민에 관한 각국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 주에는 Redgwell 교수님의 법의 일반원칙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국제법의 여러 연원 중 법의 일반원칙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강의를 통해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법의 일반원칙의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내용이 심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 풍부한 자료를 제시해 주셔서 이해하기에도 좋았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두 기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기관은 International Residual Mechanism for Criminal Tribunals(IRMCT)입니다. 탄자니아 아루샤와 헤이그에 소재하고 있는데, 헤이그에 소재한 IRMCT 경우 ICTY의 후속 업무를 담당하며, ICTY 건물로 사용되던 곳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대안으로서 혼합재판소의 활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시 재판소의 활동 종료 후 남은 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배울 수 있어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평화궁을 견학하였습니다. 내부에는 각국에서 기증한 선물이 진열, 장식되어 있었고 우리나라가 기증한 해치상도 있었습니다. 바닥, 창문 등의 문양에 담긴 의미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IRMCT 전경,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
점심은 주로 평화궁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먹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물가를 생각하면 외부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입니다. 점심시간이 짧지 않아서 가끔은 친구들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기간 동안 대부분 날씨가 좋아 점심식사 이후에는 평화궁 경내를 산책하곤 했습니다. 조경이 아름답고 구석 구석에 조각상 등이 배치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간혹 ICJ 판사님을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카데미 건물에 있는 도서관도 자주 방문하였습니다. 평일에는 9시부터 19시까지, 토요일에는 15시까지 개방하는데, 공부하기에도 좋고 도서 대출, 프린트, 자료 검색 등이 가능합니다. 또한 외부에서도 평화궁 도서관 사이트를 통해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기 편리합니다.
▲산책로에서 발견한 모자이크 장식의 문
헤이그 아카데미는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신청자 중에서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는 학생들만 선발됩니다. 저는 이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헤이그 아카데미에 참여할 학생들을 위해 보고 들은 내용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아카데미 참가신청시 지원할 수 있습니다. 각각 영어권과 불어권 교수님의 지도 하에 진행되며, 대부분 박사논문 주제가 확정되어 작성 중에 있거나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학자들이 그 대상으로 선발됩니다.
Directed studies에 참여하는 경우 아카데미 첫 날 시험을 보고, 주2회 세미나에 참석하게 됩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읽기 자료도 많고 상당히 수준 높은 토론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읽기자료는 헤이그 아카데미 이러닝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어 누구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관심있는 논문을 다운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중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디플로마 취득 시험을 치를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국제공법과정의 경우, 7명이 필기시험에 응시했고 그 중 3명이 구술시험을 치르고 디플로마를 취득했습니다. 필기시험 문제는 시험 이후에 학생들 간에 공유되었는데 General course를 담당하셨던 Damrosch교수님께서 출제하셨고, ICJ 판결문 일부를 발췌하여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논술식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문제지를 보고 브레인스토밍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구술시험은 모두에게 공개되어 원하는 사람은 방청할 수 있습니다. 저도 방청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좌석 부족으로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Doctoral students meetings은 아카데미 신청 마감 이후에 구글 폼으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박사논문 주제, 지도교수님 성함, 논문 목차 및 개요 등을 작성해서 신청하면 아카데미 측에서 주제 별로 그룹을 나누어서 미팅을 주선합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영, 불어권으로 나뉘어 교수님의 지도 하에 진행됩니다. 본인이 학위논문을 작성 중인 박사 후보생이라면 위 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헤이그 아카데미 국제공법과정은 약 35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였는데, 그 중에서 250여명이 스코텔에서 생활했습니다. 저는 캐나다에서 온 변호사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었습니다. 강의에 대해서 소감을 나누기도 하고, 한국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에도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스코텔에는 공용 공간이 있어 자연스럽게 외국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학생들이 머물고, 주방 및 거실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카페테리아 공간을 밤 11시까지 개방해 두기 때문에 공부를 하거나 대화하러 갈 수 있고, 로비 쪽에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습니다.
아카데미 학생들을 상대로 주 2회가량 국제법 서적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저는 평소에 사고 싶었던 책과 관심있는 주제의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Brill, Cambridge University Press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저명한 학자들의 저서가 꽤 많으니 잘 살펴보시고 구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체 사진 촬영, 대사관 방문 등의 일정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즈니스 캐주얼 내지 정장을 착용합니다. 정장 한 벌과 단정한 복장을 챙겨 가시길 바랍니다.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를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했고, 앞으로 나는 어떤 연구를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학회활동에 참여하면서 국제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 수가 제한적이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헤이그 아카데미를 통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면서 국제법을 신선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스스로 새로운 주제를 탐색할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100여개국에서 온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 교류를 하면서 서로의 연구 분야 뿐만 아니라 연구환경 등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국제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꿈꾸던 헤이그 아카데미에서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펜데믹으로 연수 시기가 미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홍진기법률연구재단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