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펠로우 이야기
2018 헤이그 아카데미 결과보고서 (전남대학교 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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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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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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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헤이그 아카데미 결과보고서 2018. 7. 30. - 2018. 8. 17.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한나
<목차> I. 들어가며 II. 헤이그 아카데미 과정 1) 수업 2) 수업 외 환경 III. 나오며 I. 들어가며 학부에서는 국제법(U.S. and International Law) 전공수업을 듣고 관련 대회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편으로 국제법적 지식을 학습할 기회가 많았는데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변호사시험 준비에만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과목의 하나인 선택법 수업 이외에 다른 국제법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의 추천으로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유민펠로우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감사하였습니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국제공법과 국제사법의 두 가지 프로그램 중에 저는 국제사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법률관계에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국제사법의 특성임을 고려하였을 때, 국제사법 과정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갈등 상황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지적재산권법, 국제상사중재에서의 비구속적 합의(soft law), 가족법에서의 당사자자치의 원칙(party autonomy) 등과 같이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신의 주제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습니다. II.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 과정 1) 수업 2018년 7월 말,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의 국제사법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국제사법 각 분야의 저명한 교수님들로부터 직접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 참석한 주된 이유였지만, 수많은 대사관들과 여러 개의 국제재판소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인 헤이그에 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기대가 되었습니다. 헤이그에 머무르는 3주 동안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습한 민사법과 상법에 대한 지식을 떠올리며 국내의 상황과 국제사법의 새로운 분야에서 준거법을 지정하는 문제, 관할과 중재 절차, 국제사법에 나타나는 최신의 변화 등을 비교하며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총 여덟 명의 교수님들로부터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하버드 대학교 Ruth L. OKEDIJI 교수님의 “Developing Countries and the International Intellectual Property System”입니다. 세계 지적재산권 제도는 UN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의 설립을 통하여 특허법, 상표?산업디자인, 저작권, 정보기술에 대한 국제적 보호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법은 단순히 개발자의 노력을 정당하게 보상함으로써 기술과 문화의 발전을 이끄는 권리를 다루고 있는 법 정도로만 생각하였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그러한 개발자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과연 특정 개인 또는 소수집단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개발자의 노력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세계지적재산권의 법적?제도적 측면은 개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법적?제도적 측면에서의 원조는 현실에서의 딜레마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선진국의 의약품 특허권에 대한 보호 정도에 따라 개발도상국이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대하여 토론해보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개발도상국에 국가적인 재난 수준의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였을 때, 선진국이 특허권을 보호하려고 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삽시간에 죽어가는 상황에서 과연 경제적인 이익과 사람의 생명을 비교하여 득실을 따질 수 있는지, 비교해야 한다면 한 사람의 생명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토론하며 논리적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딜레마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법조인으로서 법과 제도에 내포되어 있는 현실적인 갈등 상황을 분별하고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는 교실 밖에서 헤이그에 있는 대사관이나 국제기관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희망하는 곳에 원하는 일시에 신청할 수 있었는데 여러 기관들 중에서도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 방문과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이하 ICC) 방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에 방문하여 외교부 소속으로 대사관에 발령을 받으신 판사님을 뵙게 되었는데 국제기구 회의에 참석하여 한국의 대표로서 하는 역할들을 설명해주셨고, 헤이그에 있는 여러 국제재판소들에 한국인 재판관이 거의 없는 현실을 언급하시면서 한국의 청년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국제기구에 도전하는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문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국제기구는 실상 다양한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력과 전문분야를 잘 활용한다면 도전해 볼만한 일자리들이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고, 변호사의 자격을 갖춘 후에 도전할 수 있는 직역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부 때 ‘ICC의 역할 및 한계’에 관한 연구 과제를 해본 경험이 있었던 저로서는 글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ICC에 직접 방문하게 되어 감회가 무척 새로웠습니다. 형사재판소인 ICC는 그 이름에 걸맞게 다른 국제기구들보다 보안이 철저하였고 분위기가 엄숙하였습니다. 실제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에 가서 ICC의 직원으로부터 ICC에 회부되는 사건 및 피고인의 조건, 재판의 진행 절차 및 다루고 있는 사건들의 현황, ICC 재판관의 구성 및 역할, ICC의 존재 의의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학부시절 연구 과제를 하면서 ICC에 가졌던 의문들을 떠올리며 강의에서 미처 다루시지 않았던 부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질문하였습니다. 국제기구라도 쉽게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국가 안에서 대량학살에 준하는 반인도적 범죄가 있더라도 다른 국가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 국가의 문제가 ICC에 회부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전원동의가 없다면 ICC에 회부될 수 없기에 실질적으로 이를 타개할 방법이 있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현재 ICC에 회부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규모가 큰 범죄가 이뤄지더라도 ICC가 나서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으면서 국제적으로 인식되고 어느 정도 제도가 갖춰진 문제일지라도 이를 개별 국가에 적용하고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2) 수업 외 환경 네덜란드는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헤이그 근교의 여러 박물관에 방문하고 마을 축제 등에 참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과 헤이그 근교에 있는 델프트 마을입니다. 반 고흐 미술관에 방문하여 보았던 작품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고, 델프트의 도자기들과 꽃 시장은 네덜란드 헤이그만의 모습을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헤이그에 머무르는 동안 광복절을 맞이하여 헤이그에 있는 이준 열사 기념관에도 방문하였습니다. 헤이그에 파견된 특사들은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여 발언권을 얻어 을사조약의 불법성을 알리고 한국정부의 외교권을 회복하고자 하였지만 회의 참석조차 거부되자 이준 열사는 끝내 그곳에서 순국하셨습니다. 기념관은 원래 이준 열사가 묵고 계셨던 숙소를 그대로 보존하여, 헤이그에서 일어났던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잘 알리고 있었습니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 만났던 친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홍콩에서 온 동갑의 룸메이트입니다. 나이도 같고 관심사도 비슷하여 함께 수업을 듣고, 착시 체험 박물관과 사진 전시관을 방문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홍콩에서 막 변호사가 된 후에 취업을 준비하기 전 헤이그에 온 것이었는데, 법학부와 로스쿨이 공존하는 홍콩에서의 법학교육 제도를 거쳐 변호사가 되는 과정과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홍콩의 사법제도에 대하여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홍콩은 우리나라와 다른 매우 독특한 사법 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홍콩은 영미법을 따르면서도 영국의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여 변호사들은 크게 법정변호사인 바리스터(Barrister)와 사무변호사인 솔리시터(Solicitor)로 그 역할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룸메이트 자신을 포함한 많은 변호사들이 솔리시터로 일하기를 원한다는 현실을 말해 주면서 친구는 앞으로 국제중재법을 주로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변호사의 자격을 얻기까지 혹독한 과정을 치러야 하는 점을 들으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 만났던 참석자들 중 많은 이들은 이미 국제사법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나 교수들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의 참가자들은 국제사법 박사 과정을 밟고 있거나 변호사로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는 국제사법 분야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연구지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고, 이를 신청하여 이수하면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의 연구지도 자격증을 별도로 수여하였는데 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 참석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각 나라의 사법 제도가 모두 상이하며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체로는 대륙법과 영미법의 양대 법 계통을 따르면서 각 나라의 문화와 교육제도가 결합하여 세부적인 제도들의 변형이 있는 형태였지만 사법 제도의 다양성을 통하여 각국의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변호사가 되는 과정과 변호사로서 일하는 환경을 알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그 중에서 중국에서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하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많이 달랐습니다. III. 나오며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 참석하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만나면서 실무에서 국제사법을 활용해야 하는 사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인과 혼인의 문제, 국적이 다른 사람들 간 재판에서의 관할 문제, 어떤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할지 또는 어떤 국제조약을 준수해야하는지의 문제 등에서부터 국가 간 무역을 할 때 따라야 하는 국제경제법의 조항들과 개별 협약의 집행력의 문제 등 국제사법의 지식을 광범위한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을 통하여 더욱 능력 있는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일하게 될 때 무엇보다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교류가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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