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펠로우 이야기

2024 헤이그아카데미 결과보고서 (서울대학교 민준홍)
관리자
2024-09-11

유민펠로우 2024 결과보고서

The Hague Academy of International Law 2024 – Summer Courses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민준홍

 

0. 들어가며

국가 간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어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시험을 위한 공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법을 다루는 공부를 주로 하기에 국제법을 다루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워하던 중,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유민펠로우로 선정되어 헤이그 아카데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재단의 프로그램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헤이그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인 만큼, 재단에서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국제법에 대한 관심에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아카데미 참석자 단체사진

 

1. 아카데미 프로그램

저는 국제사법 코스에 참여하여 7월 29일~8월 16일 평화궁에서 매일 수업을 들었습니다. 아래는 여름 과정 중 국제사법 코스를 기준으로 한 내용입니다.
 

A. General/Special Courses

- 정규 수업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3주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오전부터 진행되는 정규 수업입니다.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인 만큼 6개월 전 참가자를 모집할 때부터 강좌의 제목과 담당 교수님이 정해져 있습니다. General Course는 3주간 계속 진행되어 총 15번 듣는 수업이고, Special Course는 일주일 동안 진행되어 총 5번씩 듣는 수업입니다. 일반적으로 오전에 Special Course 두 개와 General Course 한 개를 듣게 되어 전체 과정은 일곱 개 수업으로 구성됩니다.

올해 여름 국제사법 코스에서는 특히 Special Course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조정 협약에 대한 Morris-Sharma 교수님의 강연에서는 최근 타결된 협약에 대해 성안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교수님이 협약의 의의와 향후 수행할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경제제재의 사인 간 관계에의 영향에 대한 Zanobetti 교수님의 강연에서는 경제제재와 같이 국가 간의 관계로 인해 사인 간의 경제적 관계가 예상치 못한 영향을 받을 때 국제사법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Lein 교수님의 강연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항력의 상황이 계약 이행을 어렵게 할 때, 계약을 해제하고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보다 원활한 갈등 해결을 위한 법적 장치들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들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이 중 Zanobetti 교수님과 Lein 교수님의 강의에서 계약관계 바깥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함으로 인하여 계약관계가 타격을 받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국제사법적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논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미중 경쟁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침략전쟁, 중동의 불안정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 기후변화와 같은 변화로 인한 블랙 스완 사건들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들의 법제 사이에는 균열이 발생할 것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국제사법 문제들에 대비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Seminar

매주 Lecture를 담당하시는 교수님들이 목요일 경 Seminar를 여시는데, 오후에 진행되는 세미나는 해당 주제를 더 깊이있게 알고 싶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교수님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교수님들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시는 등 메인 홀에서의 일방적인 수업 방식의 강의에 비하여 교수-학생 간 소통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집니다.
 

- 특별 수업

특별 수업은 전체 기간 중 한 번만 운영되는 수업으로, 보통 첫 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024년 여름 국제사법 과정의 경우 Inaugural Lecture와 중재에서의 손해배상에 대한 강의, WTO 소개 강의, PCA 소개 강의, EU법 소개 강의, 비교법 소개 강의가 있었고, 이 중 EU법과 비교법 강의는 30유로를 추가로 내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naugural Lecture와 중재에서의 손해배상에 대한 강의의 경우 저명하신 분들이 연사로 오셨고, 오전 강의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착석해있었으나, 그 외 강의들은 오후에 있어 불참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비교법 강의의 경우 첫 주 주말 토요일 하루종일 진행되어, 신청한 것을 후회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 Directed Studies

주로 박사과정 이상인 학생들을 위하여 Directed Studies 과정이 운영되는데, General/Special Course에서의 내용과는 별도로 국제공법/국제사법 분야에 대해서 더 심화된 학습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참여합니다. 아카데미 신청자 중 박사과정 이상인 학생들이 많은 만큼 처음에는 Directed Studies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지만, 나중에는 참여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3주차에 있는 Diploma 시험을 위해 Directed Studies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Diploma는 Written Exam, Oral Exam을 거쳐 한 해에 한 명에게만 주는 영예로운 상인 만큼 받을 가능성이 낮은 상을 위해 헤이그까지 와서 3주동안 공부만 하고 갈 수는 없다! 라며 마음을 바꾸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Directed Studies에 참여하여 Diploma를 노리는지 여부에 따라 헤이그에서의 3주간의 모습이 많이 달라집니다.

 

▲ 강의가 이루어지는 Auditorium

 


 

B. 국제기구/대사관 방문

헤이그 아카데미 참여의 특권 중 하나는 아카데미 측에서 여러 국제기구 및 대사관 방문을 조율하여, 일반인 신분으로는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야 할 기관들에 들어가 해당 기관이 하는 역할과 현재의 현안에 대해 배울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HCCH(Hague Conference/Conférence de la Haye, 헤이그 국제사법회의)에서 진행되는 세션에 참석했는데, 헤이그 국제사법회의는 아동보호협약, 아포스티유협약, 증거법원칙, 국제아동입양협약 등 가족법과 사법의 영역에서 국가 간의 법제도 차이로 인한 갈등 또는 공백을 줄이기 위한 여러 협약과 규칙들을 도출하는 역할을 하는 협의체입니다. 주요국 대부분을 포함하는 91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어 헤이그에서 도출되는 결론들은 여러 국가들의 사법체계에 반영됩니다. 헤이그 국제사법회의에서 도출하는 Convention들은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국제사법체계를 일원화하여 당사자인 개인들이 법제도의 차이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는 만큼, 국제사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에 큰 의의를 가집니다. 



▲ HCCH 방문


또, 대한민국 대사관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헤이그의 대한민국 대사관은 주헤이그국제기구 대표부와 주네덜란드왕국 대사관의 역할을 겸하는데, 헤이그에서 이루어지는 국제법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현재 어떤 이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상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대사관 방문은 한국인 참가자들만 참석하는 프라이빗 세션으로 준비되어, 헤이그 대사관에 파견을 나오신 검사님(참사관님)과 친밀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코소보 특별재판소와 리투아니아 대사관 투어도 신청하였는데, 중간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바람에 해당 기관들은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방문을 할 수 있었다면 매우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 같아 다소 아쉽습니다.

 


▲ 주헤이그국제기구 대한민국대표부 방문


 

C. Peace Palace Library

평화궁 도서관은 평화궁 내에 위치한 다섯 개 기관 중 하나로, 국제법 관련 서적과 정기간행물, 헤이그 아카데미의 Coursework 관련 내용을 정리한 도서 등이 있습니다. 앤드류 카네기가 평화궁 건축 재원을 기부할 때 도서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설치된 기관인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되어, 1800년대 이전의 서적도 구비해두고 있는 등 국제법 관련 자료에서는 세계적으로 손꼽힙니다. 도서관 내부에는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좌석도 마련되어 있고 이 좌석들이 쾌적한 편이니,아카데미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도서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방문해서 평화궁 내에서 공부하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지만 Grotius Peace Palace Library Tour에서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을 방문하고 도서관 에코백을 받아오는 만큼 이 투어도 고려하시면 좋습니다.



 

2. 헤이그 생활

A. 숙박

헤이그에서의 숙박은 크게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Legal Lodging에서 제공하는 Skotel 기숙사에서의 숙박입니다. 이는 2인 1실, 4실 1호로 구성된 기숙사인데,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다른 학생들과 친해지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홈스테이입니다. 홈스테이를 선택하실 경우 헤이그 지역의 호스트의 집에서 3주간 숙박을 하시게 됩니다. 보통 개인 방이 주어지고 화장실은 2-3명이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Skotel에 비해 조금 비싸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혼자 방을 쓸 수 있고 좋은 호스트 가족을 만나는 경우 잘 챙겨주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에어비앤비, 호텔 등을 개인적으로 구해서 체류하는 것인데, 기숙사나 홈스테이에 비해서 현저히 비싸기 때문에 이는 신청 기간 내에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이 예외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홈스테이를 선택하였는데,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 분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개인 방을 받았고, 화장실은 아카데미 참여자가 아닌 다른 Tenant 한 명과 함께 사용했습니다. 호스트는 집을 깔끔하게 사용하고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고 잘 해주려는 분이었는데, 차 한잔 하겠느냐고 하셔서 정원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꽤 많았고, 일대 맛집들, 그리고 헤이그에서 꼭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호스트의 친절함과 집의 깔끔함에 대해 매우 만족했지만, 다소 복불복일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하셔야 합니다.
 


▲ 홈스테이한 집 방에서의 전경


 

B. 날씨

헤이그는 날씨가 선선한 편입니다. 제가 있었던 기간에는 밤에는 15도까지 떨어지고, 낮에는 통상 22-25도 사이에 머물렀습니다. 더웠던 때는 30도에 육박했던 적도 있었지만 습한 지역이 아니기에 쾌적한 수준이었습니다. 밤에 친구들과 해변가에 나갈 때는 긴팔 셔츠를 입고 나갔고, 추운 날에는 약간 두께가 있는 바람막이도 필요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때는 날씨가 굉장히 좋았는데, 원래 여름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하늘이 희뿌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공법 코스가 진행되는 3주 동안에는 계속 비가 와서 파란 하늘 구경을 잘 못했다고 들었던 만큼 해가 떠있을 때 최대한 다양한 곳들을 들러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C. 건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코스 2주차에 며칠 동안 출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월요일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숙소에 와서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 나와, 화, 수, 목요일 3일간 평화궁의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강의에 참여하기 어려움을 밝히는 경우, 사무국으로부터 링크를 받아 온라인 강의로 형태로 수강할 수 있으니 돌발상황으로 인해 현장 강의를 듣기 어려운 분은 사무국에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네덜란드는 병원에 가는 것이 어려운 편이라고 합니다. 응급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나라처럼 당일 병원에 가서 짧은 대기 후 진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약 처방에 제약이 커 항생제와 같은 것들을 쉽게 받기 어렵습니다. 이에 저는 챙겨갔던 타이레놀로 열을 내리고, 현지 약국에서 감기약을 샀습니다. 헤이그의 주민들은 영어를 잘 알아듣는 편이고, 약물 이름은 다를지언정 필요한 약들이 거의 다 있는 편입니다. 특히 올리브영과 약국을 합친 것 같은 기능을 하는 Kruidvat라는 체인이 있는데, 헤이그 시내 비넨호프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D. 문화생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헤이그 아카데미에서의 3주는 국제법 공부만 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네덜란드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상업이 발달하며 부를 쌓은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술시장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었기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이 있는 Mauritshuis는 물론이고, 초현실주의 그림들이 전시된 ‘Escher in Het Paleis’, 헤이그 주민들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Panorama Mesdag 등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미술관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암스테르담의 Van Gogh Museum과 Rijksmuseum도 수많은 걸작들을 전시하고 있어, 주말을 이용해 이를 관람하고 오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Museumkaart를 이용해 여러 미술관에 방문하며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절대군주정이 존재했을 시기에 일부 지배 계층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각각, 즉 개인에 초점을 맞춘 문화가 발달하고, 능력을 가진 자가 출세할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었던 만큼 개인의 전문성을 존중해온 기나긴 역사가 예술에도 담겨있는 것 같아 인상깊었습니다.
 

                         
   ▲ Mauritshuis                        Mauritshuis와 Binnenhof의 전경         Escher in Het Paleis


이외에도 참가자들끼리 자유롭게 인근 도시인 델프트, 라이덴, 로테르담에 다녀오는 그룹도 많았습니다. 특히 델프트는 휴고 그로티우스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 평화궁에서 트램을 타고 계속 가다 보면 나오는 소도시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번씩은 다녀왔습니다. 또, 저희가 있었던 시기가 마침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였던 만큼 미리 표를 구해두었던 친구들은 파리에 가서 자기 나라 경기를 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암스테르담 Pride Parade를 구경하고 왔는데,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축제 분위기여서 네덜란드가 참 개방적인 국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 Delft의 휴고 그로티우스 동상     Amsterdam Pride Parade
             


헤이그에 간다고 하면 대부분 가장 먼저 돌아오는 반응은 ‘헤이그 특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헤이그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데, 이준, 이상설, 이위종 세 분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참석을 위한 투쟁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이준열사기념관에도 꼭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특히 올해 국제사법 코스 참가자들은 8월 15일 광복절에 다녀왔는데, 20세기 초 전근대적 전제군주국이었던 조선에서도 국제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분들이 계셨고, 이분들이 만리타국에서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전개하였는지 볼 수 있습니다.
 

 

 
▲ 이준열사기념관

 

 

3. 아카데미 참여로 느낀 점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는 국제법의 명실상부한 중심지인 헤이그에서 국제법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3주동안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각국의 법학 교육 방식, 커리어에 대한 생각, 법학의 쟁점들을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며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으며 한국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보아 왔던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다 보면 미래에 대해 국내 로펌이나 공직 등 정형화된 경로들로 스스로 제한하게 되는데, 헤이그 아카데미에서의 시간을 통해 ‘세계는 넓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국내 법률시장은 이미 우수한 선배님들이 구축해둔 ‘법률 인프라’가 있지만, 국제법은 아직 상대적으로 성긴 모습의 제도들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법률가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국제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협력을 제고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제도들을 공부하고, 나아가 이를 만들어내는 데에까지 참여할 수 있다면 보람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유럽이라는 환경은 국제법을 배우는 데에 매우 도움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 간 외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국제경제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수출 대국’ 이상의 목표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최근에서야 가치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올라서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상황입니다. 반면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만큼, 과거부터 국내법과 국가 간 관계가 문제되는 경우 이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거래를 활성화하고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오랫동안 고민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현지 대학에서도 국제사법을 중요하게 다루는 편입니다. 이런 문화적 환경 속에서 국제사법을 배우는 3주를 보내면서, 한국에서 통상 다뤄지는 정형화된 문제들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이슈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Directed Studies에 참여하며 Diploma를 노리시는 분이라면 3주간 학업에 정진해야 하시겠지만, 헤이그 아카데미는 참가자들을 엄격하게 선별하거나 중도 탈락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만 하는 시간은 아닙니다. 현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만큼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고, 각국에서 온 법률가들을 만나며 의견을 나누고 친해지는 것이 여러 참가자들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그러니 헤이그 아카데미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시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어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