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펠로우 이야기

2024 헤이그아카데미 결과보고서 (서울대학교 이진희)
관리자
2024-09-11

2024 Summer The Hague Academy of International Law

: Private International Law Course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진희

I.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4년 여름 헤이그 아카데미 국제사법과정을 다녀온 이진희입니다. 헤이그에서 지난 3주 간의 시간은 많은 배움과 경험으로, 동시에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재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이곳에 훌륭한 후기를 남겨 주시어 아카데미 준비에 많은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미 여러 꼼꼼한 후기를 통해 소개된 아카데미의 구조와 이번 세션 개별 강의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려 합니다. 대신 저의 후기가 앞으로의 펠로우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가 출발하기 전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저 스스로의 답변, 느낀점과 시행착오를 중심으로 후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II. 아카데미의 생활

1. 시작하기까지

① 지원 오류와 재지원

저는 2023년 하반기에 유민펠로우로 선정되어 비교적 여유있게 지원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12월 종강 후 지원했는데, 처음 지원 시 ‘years studied’란에 현 석사과정 학년만 고려해 작성하자 아카데미 측에서 메일로 clarify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메일을 통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지원 마감일은 임박해 와 결국 1월 말에 지원 과정 전체를 취소하고, 학부 포함 전체 학업 연수를 작성해 재지원했습니다. 그러자 오가는 메일을 통한 clarification이 끝나기도 전에 완전한 admission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원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지원이 된 것일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제출한 서류에 문제가 있는 경우 연락을 주시고, 취소 후 재지원 할 수도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② 네덜란드에 도착하기

저는 강의가 시작하는 월요일 이틀 전인 그 전주 토요일 오전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근처에서 숙박했는데 암스테르담 시내 및 헤이그까지 기차를 통한 이동이 많아 편리했습니다. 하루 반 정도 암스테르담을 구경하고, 같이 아카데미를 수강하는 펠로우분과 암스테르담에서 만나 일요일 오후에 헤이그에 도착했습니다. 방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헤이그의 상점들은 6시~7시면 대부분 문을 닫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월요일 오전 9시 경부터 일정이 시작하고 특히 첫 주에 일정이 매우 많으니, 조금 일찍 오셔서 여유 있게 첫 주를 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수업

① 지원과정 선택과 수업의 난이도

저는 지원 당시 private course를 선택할지, public course를 선택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Public course는 조금 더 익숙한 분야였고, private course에는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관한 강의들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새로운 분야를 더 공부해보고자 private course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아카데미의 강의를 따라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강해보니, 오전 강의들의 경우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수강하기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법철학적 논의 등 일부 생소한 주제들은 다소 난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E-learning을 통해 올라오는 reading list 중 필수 리딩만 간단히 보고 들어가도 수업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헤이그에 오기 전 미리 리딩을 하지는 못했으나 오후 시간 등을 활용해 틈틈이 자료들을 보았습니다.
 

② Seminar

세미나는 교수님들마다, 강의 주제마다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사전적으로 어떠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고, 학생들마다 만족도도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2시간을 Q&A로 채우신 경우도, 1시간은 Q&A, 1시간은 교수님께서 준비해 오신 관련 주제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해 꼭 ‘구체적인 질문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참여해 본 한 세미나에서는 학생들이 자국의 법제에 관해 설명하며 토의가 이루어져 다른 학생들의 질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참고로 오후에 이루어지는 세미나나 special lecture는 E-learning에 탑재되지 않아 다시 들을 수 없습니다. 이에 수업을 들으시며 관심 가는 주제가 생기신다면 한번 들려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날씨 좋은 날의 아카데미

 

3. Social Activities

① Visits

저는 이번에 이스라엘 대사관, 한국대사관, Peace Palace Tour, Grotius Library Tour, IRMCT (International Residual Mechanism for Criminal Tribunals)에 다녀왔습니다. 그 중 다소 생소하실 수 있는 IRMCT 방문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원래 HCCH를 신청했으나 오후 세미나 일정과 겹쳐 IRMCT로 아카데미 기간 중 변경했습니다. IRMCT는 ICTY와 ICTR의 잔여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방문 시 ICTY의 Chief of Operations을 맡으셨던 분께서 당시 법정 절차의 진행을 재연해주시기도 하고, 소추 과정에서 실제 활용되었던 증거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법적 논리를 구축하셨는지 생생히 설명해 주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② 각종 파티와 행사

이번 여름에는 첫날의 Welcome drink, 첫 주에 헤이그 시청에서 열린 Town hall reception, 둘째 주에 열린 Beach party가 있었습니다. 저는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파티를 즐기니 부담 없이 들려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beach party의 경우 춤을 추는 친구들도 있고, 음료를 마시며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야경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가장 친해진 ‘집순이’ 친구들을 beach party에서 만났고, 그날 저희는 조금 일찍 기숙사에 돌아와 기숙사 부엌에서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보냈습니다. 

‘진짜 파티’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조금 늦은 시간에 오시면 좋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공지된 시작 시간에 맞추어 해변가에 갔는데, 그저 해변에 앉아 평화롭게 음료를 마시며 바닷가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진짜 파티’를 새벽까지 즐기러 이제 막 도착한 친구들과 마주쳤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외에도 Filippino karaoke night, Italian pizza night, Latin dance party 등 각 나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여는 파티와 Skotel에서 기숙사 동을 중심으로 열리는 파티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 IRMCT 방문 단체사진

 

 

III. 헤이그에서의 생활

1. Skotel

① 생활

저는 3주간 Skotel 2인 1실에서 지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4인이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Skotel은 숙박시설이라기 보다 기숙사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물품은 스스로 구비하셔야 합니다. 유의할 점은, 따로 에어컨이 없습니다. 제가 지낼 때는 다행히 덥다고 느낄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으나, 하루 이틀 정도는 방 안이 덥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와 같이 날씨에 따라 다소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복불복으로 방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 기숙사동에서도 저희 방만 바닥에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부엌과 기본적인 조리도구들과 식기가 구비되어 있으나 이 역시 복불복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 기숙사동은 오븐이 반만 작동해서 피자를 반 판씩 돌려가며 구워 먹었습니다. 책상과 의자가 있으나 초등학교 때의 나무 의자와 비슷해 오랫동안 앉아있기 편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로비에 공용 세미나룸 같은 곳이 있어 주로 그곳을 이용했습니다. 바다가 굉장히 가까워 언제든지 바다에 놀러갈 수 있습니다. 대신, 아침에 갈매기의 모닝콜을 듣거나 부엌에서 갈매기의 흔적을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길에서 음식을 들고 다니면 갈매기에게 빼앗깁니다!).  
 

   

 

좌 : 중국 친구들에게 초대받은 날  우 : Emily in Paris 상영회

② Skotel의 사람들

Skotel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숙사를 통해 엮인 인연으로 막막한 첫 주의 시작을 함께할 수도 있고, 우연히 부엌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튀니지, 일본, 브라질, 파라과이, 멕시코, 독일, 벨기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친구들과 기숙사 동을 같이 썼는데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와 이곳에서 처음 만났음에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신기하리만큼 즐거웠습니다. 또, 같은 기숙사 동이 아니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Skotel에서 생활하므로 저녁에 함께 요리를 해 먹거나 같이 해변에 갈 수도 있습니다.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해변가에서 피크닉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와 컴퓨터 두 대에 넷플릭스를 동시에 켜고 Emily in Paris Season 4를 함께 봤던 것이 참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점이 Skotel의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Skotel에서는 파티가 꽤 자주 열리는데 방음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리에 민감하신 분들은 이점 역시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Apartment 7 친구들

 

2. 여행

① 헤이그 및 근교

헤이그는 ‘길 잃는 게 즐거운’ 곳입니다. 많은 곳을 걸어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예쁜 거리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저도 이따금씩 지도가 알려준 길과는 다른 길에 들어섰음을 발견하고도 눈 앞에 펼쳐진 너무나 예쁜 골목길의 모습에 ‘오히려 좋아’를 외치곤 했습니다. 많이들 방문하시는 곳 외에도 헤이그에 있는 네덜란드 의회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았는데, 네덜란드의 정치지형과 정책 아젠다, 선거제도 등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또 마침 아카데미 기간이 광복절과 겹쳐 다른 펠로우 분과 함께 이준열사기념관을 찾았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울 때부터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을 마침 광복절에 와 볼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저는 가보지 못했으나 헤이그 내에 이준열사의 구 묘역도 있다고 하니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근교로는 암스테르담, 라이덴, 델프트, 로테르담을 많이 방문합니다. 저는 다른 펠로우분과 함께 그로티우스 동상으로 유명한 델프트를 방문했고 아카데미 또는 Skotel에서 1번 트램을 타고 바로 갈 수 있습니다. 델프트 내 대부분의 곳들이 5시~6시에 닫아 아쉬움이 남았으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② 주말여행

유럽에서 지내는 큰 장점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주변 국가들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두 차례 주말을 이용해 파리와 런던을 다녀왔고, 많은 학생들이 벨기에, 독일 등을 다녀왔습니다. 

파리는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함께 온 펠로우분과 기차로 다녀왔습니다.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네덜란드와는 다른 파리의 분위기가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올림픽 양궁경기의 현장에 함께할 수 있어 뜻깊었고, 중계만으로는 보기 어려운 각 나라만의 응원 문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또, 경기 관람 후 ‘코리아 하우스(Korea House)’를 방문했을 때는 외국인 분들도 굉장히 많이 찾아 주셔서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은 친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고 비행기로 다녀왔습니다. 평소 박물관과 차(tea)를 좋아해 런던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헤이그로부터 왕복에 소요된 총 시간을 합하면 비행기를 통한 이동에 시간이 꽤 걸리므로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해 주변 여행을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좌 : 양궁 경기 관람    우 :  Korea House

3. 기타

물가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아카데미 내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 10유로 전후, 근처 Albert Heijn 등에서 사는 경우 5~10유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 20유로 전후로 지출했습니다. 일반 상점, 교통수단 뿐만 아니라 적어도 제가 방문한 Albert Heijn은 모두 트래블 월렛 카드로 결제가 원활해서 현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IV. 나가며

프로그램 지원에 앞서 과연 로스쿨 생활의 ‘루틴’을 벗어나 3주나 헤이그에 다녀와도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 있게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헤이그에서의 3주는 로스쿨에서 가까이 있는 것들을 보는 데 익숙해졌던 제게 더 넓은 세계와 더 먼 미래가 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또,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언젠간 ‘할 수 있다’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헤이그 아카데미 참여, 이준열사기념관 방문, 관심사를 공유하는 각국 법조인들과의 교류 등 막연한 장래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삶의 한 순간에는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홍진기법률연구재단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헤이그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법학 공부에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