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펠로우 이야기
2025 헤이그아카데미 결과보고서 (서울대학교 한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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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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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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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헤이그 아카데미 결과보고서 (겨울강좌 2025.1.6 – 1.24)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I. 들어가며 먼저 귀중한 기회를 선물해주신 홍진기법률연구재단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학부생 때부터 헤이그 아카데미를 꿈꾸고 있었던 저에게 지난 3주는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보낸 3주간의 경험을 여기에 남겨보고자 합니다.
II. 지원 과정 2025년 기준, 헤이그 아카데미 겨울강좌 등록은 2024년 5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학생 선정 결과는 10월 말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으로 아카데미 등록을 미뤄야 하는지 고민 되었습니다. 내년 일정을 확신할 수 없어 올해 꼭 수강을 완료하고 싶었고, 헤이그 아카데미에 문의한 결과 수강료 입금 기간을 10월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아카데미에서 최대한 학생 편의를 배려해주시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단념하지 말고 바로 문의를 넣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III. 헤이그 아카데미 대체로 오후 12:30까지 General courses가 있고, 점심 식사 이후 Seminar courses가 진행됩니다. General courses는 반드시 출석해야 하지만 이후 세미나는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전 수업에 일정 횟수 이상 결석 또는 지각하면 수료증이 발급되지 않습니다. 오전 수업은 강당에서 진행되는 대형 강좌이기에 대부분 전달식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세미나에서는 role-playing exercise, in-class research 등의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어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습니다. 강의를 통해 많은 점을 느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언어의 중요성
강의는 프랑스어 혹은 영어로 전달되고 동시 통역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오전 3시간의 강의에서 2시간은 프랑스어, 1시간은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랑스어에 익숙한 학생들이 더 많아서라기보다, 국제법에서 프랑스어의 상징성과 중요성이 그만큼 강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선별된 학생들만 치르는 Diploma exam도 프랑스어와 영어로 구분되어 있는데, 영어 부문 지원자는 금방 채워진 반면 프랑스어는 공석이 남아있었습니다. 저 또한 프랑스어 수업을 들으며 해당 언어를 할 줄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동시 통역이 제공되기는 했지만 원어로 수강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제법을 계속 공부하려면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배울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2. 중재인의 중립성, 공정성 문제 특히 첫 주 진행된 Rogers 교수님 수업이 흥미로웠습니다. 국제중재란 분쟁 당사자들이 중립적인 중재인을 선임하여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중재인은 선입견, 동료 압박, 환경적 요인 등에 영향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중재인이 마치 변호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석사과정에서는 보통 국가간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해 해결하는 것에 주목하여 공부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쟁점이었습니다. 법학에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내용들이 결합되어 설명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아직 논의가 진행되는 영역이고 교수님께서도 뚜렷한 결론이나 방향성을 제시해주지는 않으셨습니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 할 쟁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 균형적인 사고 국제법을 공부하며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말은, 국제법은 ‘국가의 주권, 의사, 자유’와 ‘평화, 인권, 정의’ 등의 가치 사이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국제법은 법적 안정성(stability)을 담보하는 동시에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스스로 존재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가야 합니다. 그 사이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지만 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헤이그 아카데미 강좌를 들으며, 국제법에 처음 입문했을 때와의 관점과 다르게 내 스스로가 너무 경직된 사고에 갇혀 있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오히려 공부를 할수록 이런저런 현실적 한계를 깨닫고 이상적인 가치들을 단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구해야 하는 목표, 나아가야 할 방향의 존재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지프스 신화와 같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돌을 굴리는 것, 그것이 국제법을 공부하면서도 명심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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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헤이그에서 생활 1. 숙소 저의 경우 아카데미 등록이 늦었고, 10월 10일 숙소를 문의했을 때 이미 private homes는 예약이 끝났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대신 헤이그 아카데미와 제휴한 Court Garden Hotel을 할인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은 2인 1실(1박 €44.00), 1인 1실(1박 (€74.00)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룸메이트는 사전에 지정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랜덤으로 매칭 되더라도 호텔 측에서 국적, 나이 등을 신경 써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일본인 룸메이트와 함께 방을 썼습니다. 방은 좁은 편이고 히터 때문에 공기가 건조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바닥 난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하여 슬리퍼와 작은 가습기 등을 가져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교통 대중교통 이용 시 일회용 티켓을 매번 발급하거나, 우리나라 교통카드에 대응하는 OV-chipkaart, 혹은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체크/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OV 카드는 기명 카드와 익명 카드로 구분됩니다. 저는 처음에 익명 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생활하다 보니 계속 충전해야 하는 점, 기차를 탈 때 잔액이 20 유로 이상 있어야 하는 점 등 여러모로 불편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기존의 체크카드를 교통카드처럼 이용했는데 어차피 익명 OV 카드는 할인폭이 크지 않으니 더 낫다 싶었습니다.
3. 날씨 겨울강좌를 지원했을 때 주변에서 날씨 걱정을 가장 많이 해 주셨고, 저 또한 칙칙한 날씨가 우려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헤이그에 도착한 첫 주는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약간의 비가 내렸고,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기는 했으나 밖을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의 날씨는 겪지 못했습니다. 물론 여름이었다면 네덜란드 곳곳의 운하와 명소를 더욱 수려한 모습으로 경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겨울 날씨도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으니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날씨가 매우 변덕스러워 항상 모자를 들고 다니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4. 기타 헤이그와 가까운 Delft, Rotterdam 도시는 평일 오전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또한 Miffy 브랜드에 관심있는 경우 Utrecht에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는 비교적 안전한 나라입니다. 다만 겨울에는 8시가 넘어야 해가 뜨고, 17시 이후 금방 해가 지기에 밖에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일반 가게들도 보통 18시에 문을 닫습니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친구도 밤 9시 이후에 (여성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고, 소매치기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절대라는 것은 없으니, 개인 소지품을 잘 챙기고 비상금은 분산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V. 나가며 아름다운 도시 헤이그에서 3주간 특별한 경험을 지원해주신 홍진기법률연구재단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3주간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일 수 있으나, 훨씬 값진 배움으로 남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저 또한 헤이그에서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하여 더욱 학업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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